정 영 오 행정학박사

청렴연수원 청렴교육전문강사

牧民心書(목민심서) 律己編(율기편) 제3조 齊家(제가)의 첫 문장은, “修身而後齊家(수신이후제가), 齊家而後治國(제가이후치국), 天下之通義也(천하지통의야), 欲治其邑者(욕치기읍자), 先齊其家(선제기가)”라 쓰고 있다. 몸을 닦은 후에 집안을 간수하고, 집안을 간추린 후에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천하의 통일된 이치이다. 고을을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집안을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다.

茶山(다산, 정약용)은 이를 설명하면서 “한 고을을 다스리는 것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 집안을 다스리지 못하고 어떻게 한 고을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집안을 잘 다스리는 데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데리고 가는 사람의 수는 반드시 법대로 해야 하고, 둘째, 치장은 반드시 검소해야 하고, 셋째, 음식은 반드시 절제해야 하고. 넷째, 閨門(규문, 규중, 규방, 부녀자가 거쳐하는 곳)은 반드시 근엄해야 하고, 다섯째, 청탁은 반드시 끊어야 하고, 여섯째, 물건을 사들이는 데는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 이 여섯 가지 조목에 법도를 세우지 못하면 수령으로서의 정사를 가히 알만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면서 민선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과거에 비해 커졌고, 지방분권이 확대되면서 지방 목민관의 권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에 비례하여 이른바 閨房(규방)의 간섭(?) 또한 만만치 않다. 관사든 사택이든 閨中(규중)에는 친인척이 드나들고, 선거에서 지지했던 측근들이 출입하고, 요직 간부의 부인들이 모여 이른바 온갖 친목(?)을 다진다. 때로는 봉사활동을 명분으로 떼 지어 다니면서 勢(세, 힘)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 본 주민들은 우리 군은 ‘사모님이 군수여’라고 비웃기도 한다.

茶山은 수령의 부모·형제 등 친족에 대하여 경계할 것을 강조한다. “아버지가 아들의 임지에 있으면 수령의 친구들은 春府(춘부)라고 부르고, 이속이나 하인들은 大監(대감)이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연세가 60세가 넘으면 봉양을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들의 임지에 따라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부득이하게 임지에 모셔야 할 형편이라면 마땅히 내사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춘부가 외사에 나가 아전을 꾸짖고 관노들을 질책하는가하면 기생들을 희롱하고, 외부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심지어 송사에 관여하여 정사를 어지럽게 한다. 이를 저주하는 백성들이 읍내와 고을에 가득하게 되어 자애의 정과 효도를 다 잃고, 公(공)과 私(사)가 함께 병들게 되는 것이니 목민관은 꼭 알아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형제간에 우애가 아무리 돈독하더라도 벼슬살이 동안에는 헤어져 있어야 한다. 형이 아우를 따라 관부에 들어오면 이속이나 관노들이 그를 官伯(관백)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천황은 자리만 지키고 關白(관백, 일본 에도시대에 국정을 장악한 막부의 쇼군)이 집정을 하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형이 수령인 아우와 함께 있으면 ‘관백’의 칭호를 면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한다.

茶山은 말한다. “남편을 공경하지 않는 아내가 없고,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 아들이 없거늘 어찌 아내와 자식이 수령인 남편과 아비를 속이겠는가. 그러나 아내와 자식이 사소한 정에 끌리고, 재물에 유혹되어 쓸모없는 사람을 재목으로 천거하고, 송사나 옥사에 간여하고, 청탁이 행해지니 간사한 무리들의 계교와 이간질이 문제로다. 나는 이런 경우를 허다하게 보았다. 아내와 자식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니 이들의 말을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干謁不行(간알부행), 苞苴不入(포저불입),斯可謂正家矣(사가위정가의)”라고 쓰고 있다. 즉 ‘청탁이 행해지지 않고 뇌물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곧 집안을 바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측근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들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서부터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구청장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아내·형·동생·아들을 비롯한 측근들의 부정과 비리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심지어 측근들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았던가. 이와 같은 부패는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반드시 척결해야 할 적폐가 아닐 수 없다. ‘欲治其邑者(욕치기읍자, 고을을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 先齊其家(선제기가, 먼저 집안을 다스림)’하라는 다산의 경구는 시대를 초월하여 반추해 볼 경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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