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고문변호사 전세정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쓰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면장’의 뜻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월야면장, 엄다면장의 면장(面長)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즉 뭔가 배움이라도 있어야 지역의 면장님이라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아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에 면장은 5급 사무관이라는 상당히 높은 직급으로 ‘작은 배움이라도 있어야 면장님을 할 수 있다’라는 뜻은 무언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 함평군만 하더라도 500명이 넘는 공무원 중 5급 사무관으로서 면장직급에 이른 후에 정년을 마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요새 공무원 시험은 9급이든 7급이든 하늘에 별따기가 아닌가?

결국 속담의 뜻을 그렇게 이해해서는 당최 앞뒤가 안 맞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인 것이다. 정작 ‘알아야 면장’에서 면장은 면장(面長)이 아니라 면면장(免面墻)의 줄임말로서 면장(面墻) 또는 면장(免葬)을 가리킨다.

面墻은 담장에 얼굴을 대고 있는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견문이 좁아 속 좁고 어리석다는 뜻이고 免面墻은 논어에 나오는 말로 面墻을 겨우 면(免)했다는 말이다. 결국 위에 속담은 본디‘ 알아야 면면장’에서 ‘면’자가 겹쳐져서 말하기가 불편한 탓에 글자 하나가 빠져서 ‘알아야 면장’으로 변화된 말이다. 결국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은 ‘작은 배움이라도 있어서 답답증환자를 면한다’라는 뜻 정도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면장이 免葬을 가리키는 것으로 ‘장례식을 면한다’ ‘죽음을 면한다’ ‘위기를 넘긴다’라는 뜻이라는 견해도 있다. 즉 알아야 면장은 ‘지식이 있어야 위기를 피할 수 있다’라는 뜻 정도가 된다.

전에 어느 지역에 독서량이 3만권도 넘는 훌륭하신 군수님이 착각을 해서인지 자랑을 펼치기 전에 늘상 ‘이렇게 말하믄 자가당착인디요’라고 멍석을 펴는 모습을 보고 그 옆에 부군수님이 낯이 뜨거워서 참다 참다가 쪽지로 ‘군수님, 자가당착이 아니고 자화자찬입니다’라고 바로잡아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제는 ‘알아야 면장이라드만 김면장님은 아는 것이 많은 갑써라우’라는 농담을 하는 사람은 자칫 어느 지역에 군수님과 같은 전설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알아두자.

또 격언 중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언젠가 이 격언의 뜻이 무엇인지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쪽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면 아무런 소득 없이 인생만 낭비하고 만다’라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현재에 안주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뜻이라고 다투었다. 서로 팽팽해서 논쟁이 끊임이 없었다. 또 누가 들어봐도 두 가지 해석이 그럴싸해서 딱히 반박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그 격언은 두 가지 모두의 뜻을 담고 있는 말임을 알아두어야 한다. 전혀 상반된 두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 서로 어느 한 쪽의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돌에 이끼가 끼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나든 더 굴러야 할까, 아니면 이제 그만 구르기를 멈춰야할까?”

“그런데 또 당신은 그만 구를 건가요, 아니면 더 구를려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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